<추모시>
두 눈을 감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
배윤주
사람의 일이란 하얀 벚꽃에 볼을 비비며 새처럼 우는 일이다
바람도 소리 내지 않는 날
나비 떼 날아와 하얀 국화꽃으로 소복하게 덮인다
사람을 잃는 것과 사랑을 잃는 것
해석하지 못한 말들이 폭포처럼 떠내려가고
삼베 주머니에 붓는 술이 슬픈 소리로 내린다
하얀 상여 꽃 흔들리는 그림자가 흰빛으로 바래어도
망각이 상실의 젖은 마지막을 감당할 수 없다
울음 운 울대뼈마다 붉은 꽃눈이 맺힌 자리
기어이 목대를 찢어 새순 빚어내는
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
사람을 잃은 사람이다
두 손을 모으면 눈앞에 완연한 향으로 피어오르고
아침 햇빛 맞아 꽃잎 여는 노랑어리연처럼
내 안에 극락왕생 지극한 꽃불을 피운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