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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버지의 꽃상여가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던 날.....추모시

<추모시>

두 눈을 감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



배윤주


사람의 일이란 하얀 벚꽃에 볼을 비비며 새처럼 우는 일이다

바람도 소리 내지 않는 날

나비 떼 날아와 하얀 국화꽃으로 소복하게 덮인다

사람을 잃는 것과 사랑을 잃는 것

해석하지 못한 말들이 폭포처럼 떠내려가고

삼베 주머니에 붓는 술이 슬픈 소리로 내린다

하얀 상여 꽃 흔들리는 그림자가 흰빛으로 바래어도

망각이 상실의 젖은 마지막을 감당할 수 없다

울음 운 울대뼈마다 붉은 꽃눈이 맺힌 자리

기어이 목대를 찢어 새순 빚어내는

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

사람을 잃은 사람이다

두 손을 모으면 눈앞에 완연한 향으로 피어오르고

아침 햇빛 맞아 꽃잎 여는 노랑어리연처럼

내 안에 극락왕생 지극한 꽃불을 피운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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