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린이날 이야기
민주주의도 자리잡지 않은 1990년 그 시절. 당연히
어린이날 어린이의 요구와 인권 따위는 없었다.
하지만,
나의 어린이날은 다행이도 할아버지,할머니와 어린이대공원 야유회였다.
어린이인 나를 위한 야유회라고? 천만에 말씀.
그 때는 이름도 알 수 없는 XX친목회가 그날 열렸었고,
내 유일한 즐거움은 야유회 점심에 나오는 5첩반상 도시락 그리고 사이다였다.
매년 반복되는 야유회와 도시락 만찬에 지쳐가고,
친구들과 즐기는 어린이날이 더 좋아지는 나이가 되자
나는 더 이상 그 어린이날은 참석하지 않게 되었다.
나중에 할어버지,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알게 된 사실.
그 야유회는 이북에서 넘어와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의
친목회였고, 당신들의 손자,손녀들 만큼은
우리처럼 외롭지 않게하기 위한 행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.
더 이상 그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던
철부지 손자의 말을 듣고 섭섭해 하셨을 할아버지,할머니의 마음과
어린이날 어린이대공원에서 어린이없이 행사를 참석하신
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아프고 또 아프다.
살아계셨을때까지 철이 좀 덜든 손주가 되지 못한게 한이되고 한이된다.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