oh gilhun  님이  故오학순 故이삼혁  추모관에 남긴 글 
4 yrs

할머니의 도라지

"할머니는 도라지를 까서 파는 노점상이셨다."

내가 생각나는 할머니의 모습은 큰 다라에
도라지를 한가득 담아서 까는 모습이였다.
빠른 나이에 백수의 길을 들어선 할아버지 대신
우리가족 생계의 일부는 할머니의 도라지 판 돈이였다.

오전은 도라지 까는 냄새가 온 집안을 감쌌으며,
오후에는 할머니가 그 큰 다라를 머리에 이고 어리론가 사라지셨다.
아마도 경동시장 근처 지하철 역 앞이라고 기억하고 있다.

시간이 지나 아버지의 요식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
더 이상 도라지 냄새는 우리집에서 사리지게 되었다.
도라지 장사를 그만두기게 하기까지
아버지가 그 노점앞을 가서 다라를 몇번이나 뒤집었는지 모른다..

집에가는 집앞 정류소에 야채를 놓고 파시는 할머니를 종종 본다.
쌀쌀해진 가을날씨 뒤에 곧 다가올 겨울과
통행에 불편을 준다며 인상찌 푸리는 행인이
야속하게 느껴진다.

뜬금없는 5천원짜리 야채 봉지에 와이프 핀잔이 두렵지만 할머니 생각에 귀가하는 발걸음은 가볍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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